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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인수위의 무소불위에 불타는 도서관

지난해 힘겹게 생긴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열매를 거두기도 전에 실효성 부재라는 이유로 인수위의 칼날에 베어질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인수위의 정부 조직 '헤쳐모여'를 바라보면서 참 과감성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 큰 조직인 교육부와 과기부, 여성부, 통일부가 왔다갔다 하는 판국에 이런 작은 위원회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도서관인의 한 사람으로 이용자에게 죄송하고 미안할 뿐이다.
그나라의 도서관이 퇴보하면 결국 그 나라의 국민들이 우민화되는 것이다. 도서관이 어떤 곳인가. 마음과 지성의 양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충전과 정보의 혜택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부유한 사람이야 필요한 만큼 다 사보고 누릴 수도 있겠지만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은 도서관을 통해서 학문과 교육의 수혜를 볼 수 있다. 결국 지식의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고 도서관은  빈약한 장서와 이용자는 수험서만 가져와 보는 독서실 수준의 열람좌석만 즐비한  닭장 같은 도서관 풍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인수위에 있는 분들이 도서관을 이용한 경험이 없이도 성공한 부유한 사람이 많아서 일까. 이런 환경에서 도서관 문화는 더이상 꽃피기 어려울 것이다.

철강왕 카네기나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는 자신들이 사회를 통해서 얻은 수익을 도서관을 통해 환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떤가. 사회를 통해서 부를 획득한 기업들은 나몰라라 하고 김밥 할머니나 어렵게 돈을 모아온 독지가들이 학교에 전재산을 기부하는 이상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미국도서관협회는 미국의 도서관수가 맥도널드가게수보다 많다고 자랑한다. 우리는  PC방이 패스트푸드가게보다 많다고 자랑해야하나. 이런 판국에 나라에서 마저 도서관의 미래를 저버리려 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부처 별로 흩어져 있는 기능들을 통합해 일관성있고 실효성있는 정책을 준비하기 위해 생겨났다. 그러나 그 뜻을 십분 펼쳐보기도 전에 코드를 뽑아버렸다. 여야가 합의로 만든 것을 설득력없는 이유로 폐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동안의 사회적 합의와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 기회비용은 고스라니 국민에게 청구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실효성의 부재'아닌가.  국민을 섬기겠다는 간판에 깔려 국민들이 신음하는 형국이다.

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바로 수익이 창출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런 가시적인 실효성만을 존폐의 근거로 삼는다면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기관은 더이상 발전할 수 없다.

도서관 단체가 한목소리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존치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인수위가 조급한 결정을 내리기 보다 각계 각층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폐지라는 극약 처방보다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먼저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